3년전 요맘 때였는데.
버스안에서 정작 술은 못마신다면서(내숭이었겠지) 나혼자 소주 한 병을 다 마셨는데 내 무릎에 얼굴을 기대고 눕는건 그 친구더라.
늦은시각 막차쯤 되는 버스라 손님도 거의 없는 버스 맨 뒷자리에 앉아서 덜컹덜컹 가는 버스소리에도  숨소리가 느껴져.
시내에서 1시간정도를 버스를 타고 외곽으로 나가더라구..
그곳에도 아파트가 있더군.
옆엔 바로 논밭이구.
아니 연립이었지. 그곳에서 하룻밤을 자고.
친구는 일 나간다고 나가구 혼자서 친구집에서 딩굴딩굴 하고 있는데
거실에 보니 컴퓨터가 있더군. 등받이 없는 작은 엉덩이도 차지 않을 만한 둥그런 받침의 의자에 앉아 느려터진 아마 386컴도 안되는듯한..
점심은 친구가 집으로 배달해줘서 먹고.
토요일이다구 점심먹구 오후에 일찍 끝나서 친구가 와서 그 좁은 의자에 앉아 서로 조금이라도 밀면 떨어질까 더욱더 딱 붙어 등을 맞대고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잠시 했어.
'난 그냥 네가 편하고 좋다'
그 말 한마디에 난 온갖 잡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갔어.
한 달 후엔가 서울로 올라간다는 말을 했었고.
그 가는 이유중 하나가 오랫동안 사귀어왔던 그 남자가 귀찮아서이기도 하다는 말.
내가 이 애를 잡아야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러다가 영화보러 가자구 나왔는데..
암튼 거기서 웃고떠들고 그랬던 그애랑 일이 터져버렸지.
영화는 커녕 집으로 그냥 돌아가라는 말 한마디 뿐.
그 애는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버리고 영화에서 봤던것 처럼 나도 모르게 그 버스를 따라 올라타버렸고. 1시간여 동안의 외곽으로 나가는 버스안에서 아무말도 하지 않았어.
그리고 그 애집에가서 미안하다고 무릎을 꿇고 빌었지만
나가라는 말 끝에, 결국 파출소에 전화하길래. 쫒겨 나왔어.
생각해보니 버스는 이미 끊긴시간이었구.
밖엔 찬바람이 살랑살랑 불더라구.
그 애 집앞에서 뜬 눈으로 날을 샜어.
아침에 8시가 되니 친구는 출근하러 나오더라구.
근데 나를 피해 저 멀리 돌아서 가버리고.
나는 그 애를 잡지 못했징.
그리곤 1년이 넘게 연락이 끊어져버렸어.
그후에.. 누가 먼저였는지 기억은 안나는데.  아마 내가 먼저였을거야.
서울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 사실 서울에 올라갔을 때 제일먼저 그 애가 생각났었으니깐.
몇번을 보고. 연락하고 지내다가.
자꾸 아직도 이상한 감정이 느껴지는게..
그러다..
또 뜸해지고.